재미있는 글이다. 왕조가 아니라 국가 혹은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통찰이라고 본다.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1270300025
본문 중 발췌
이븐 할둔의 주장에서 요체는 왕조의 지속 기간이 아니고, 개별 왕조들이 자연적으로 제한된 수명을 갖는 이유이다. 그가 말한 왕조를 구성하는 각 세대의 내용은 이렇다. 왕조를 세운 1세대 집단은 억척스럽고 야만스럽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적극적이고 용맹하며 소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고통과 영광을 옆 사람들과 나누며 서로 강력한 ‘연대의식’을 가진다. 바로 이런 집단적 특성과 공통의 경험이 신왕조 건설의 힘이다. 2세대는 점차 도시문화에 젖어든다. 1세대가 경험했던 곤궁함은 사치와 풍요로 전환되고, 모든 사람들이 영광을 공유했던 상태에서 이제 한 사람만 혹은 그를 둘러싼 극소수만 영광을 독차지한다. 그 결과 연대의식은 상당 부분 파괴된다. 하지만 2세대는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자신들이 직접 보았기에 건국의 기풍을 기억한다. 3세대는 건국의 경험도 없고, 그것을 본 적도 없다. 이제 그들은 번영과 안일한 생활에 대한 탐닉 속에 사치가 절정에 이른다. 3세대 사이에 연대의식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이븐 할둔이 왕조의 자연 수명을 120년이라 말한 것은 우리의 역사 경험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왕조 구성원의 변화 양상은 탁월한 통찰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포함하여 많은 왕조국가들의 역사는 이 패턴의 다양한 변주처럼 보인다. 사실 오늘날도 공동체 구성원의 변화에 대해 그가 말한 근본적인 패턴은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창업 - 성장 - 성숙 - 쇠퇴의 주기를 가지는 기업도 제한적인 수명을 가진다.
많은 기업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그 중에 아주 소수의 기업만이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까지 다다른다.
어떤 기업이 번영하고 한때 잘 나갔던 기업이 왜 한순간에 망하는지 고민하는 기업가들에게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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