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55분 출발하는 비행기라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여행기분을 조금이라도 빨리 느끼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공항 리무진을 타기 위해 모란역으로 향한다. 아침에 비가 내렸는지 땅이 촉촉하다.
모란역 지하철 5번 출구쪽에 요런 표지판이 있다. 공항가는 버스는 거의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표를 사는 곳이 따로 있는지 버스표를 미리 준비한 사람들도 있었다. 가격은 11,000원. 나는 출퇴근시에 이용하는 교통카드 겸용 체크카드로 결제했다. 지정석은 아닌 것 같다.
토요일이라 정체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모란역에서 인천공항까지 1시간 20분정도 걸렸다. 바깥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버스가 출발하고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천둥,번개까지 치면서 상당히 많은 비가 온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인천공항.
오전보다 오후 출발 비행기가 확실히 더 많은 것 같다. 2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공항이 많이 한산하다.
너무 일찍 도착한터라 내가 탈 비행기는 아직 전광판에 표시조차 되지 않는다. 공항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닌다. 6일 2기가짜리 로밍 요금을 신청(33,000원)했는데 혹시 제대로 안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공항에 위치한 KT 로밍센터로 가서 안내를 받았다. 사용하지 않을 때 데이터를 꺼놓을 것과 혹시 자동으로 네트워크 운영자를 찾지 못하면 수동으로 설정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50MB 사용시마다 안내 문자가 온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던 여인들. 여자들은 친한 친구들끼리 여행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남자 둘이서 가는 여행은 불편할 것 같다.
평소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없어 아쉬웠는데 책도 보고 사람 구경도 한다.
책 속의 인상적인 구절. 카잔차키스의 소설속엔 불교의 교리를 담은 내용이 많이 나온다. 아래 구절은 허무주의를 표현하고 있다.
불교의 사상이 나랑 잘 맞는것 같아 이참에 관련 책을 찾아볼까란 생각도 해본다.
어렸을 땐 제복이 멋지단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생각이란게 바뀌나보다. 인천공항의 많은 인파들 속에서 눈에 띄는 건 단체 관광객도 인형같이 생긴 백인 꼬마도 아닌 제복입은 사람들이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한끼 해결하기 위해 식당가로 향한다.장사가 엄청 잘되던 곳. 한식과 일식을 취급하는 식당이다.
공항이라 가격이 많이 비싸다. 일주일정도 한국음식을 먹지 못할테니 한식을 먹기로 한다. 설렁탕을 12,000원 내고 먹었다.
비주얼은 나쁘지 않다. 그럼 12,000원짜리 설렁탕을 먹어 봅시다 ~
이런게 공항이 아니라 일반 식당가에 있었다면 파리만 날렸을게다. 가격은 드럽게 비싸고 반찬도 쥐똥만큼 준다. 맛은 프랜차이즈 음식점맛. 설렁탕 고기는 넉넉히 집어 넣었던데 12,000원에 이 정도도 안 들어 있으면 안된다. 아무튼 다시는 가지 않을 테다. 그래도 장사가 엄청 잘 된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부분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겠지. 당분간 한식도 못 먹을테고 공항이라 조금 비싸도 그냥 먹어야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욕은 많이 했지만 음식은 남기지 않는다. 국물은 걸쭉한 맛이 없어서 조금 남겼다.
한식이 먹고 싶은데 다른 곳을 못 찾겠으면 가보시길..
6시 반쯤 탑승권 발급을 받기 위해 카운터로 간다. 승객들은 대부분 중국인이지만, 간간히 한국말도 들린다. 사천항공(3U Sichuan Airline)은 아쉽게도 수화물을 최종 목적지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돌아올때도 마찬가지. 청두공항에 도착해서 수화물을 찾아야 한다.
드디어 가는구만. 낄낄낄.
탑승권을 받고 출국심사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제서야 해외로 나간다는게 실감이 난다. 10년전 처음 비행기를 탈 때는 전날부터 설레어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어젠 꿀잠잤다.
한산한 면세품 인도장.
출국심사를 마치고 회사사람이 부탁한 로아커 과자를 찾아 본다. 과자를 파는 두 군데 가게를 들렀지만모두 로아커는 면세점에서 팔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 아줌마 제대로 알고 부탁한건가...
멋진 옷. 영화를 보면 왕들이 항상 저런 옷을 입고 나오던데 여기서 보니 아주 멋있다.
물고기가 멋있어 찍은 사진. 롤렉스 시계가 갖고 싶어 찍은건 아니다. 어머어마한 가격의 시계들이 진열되어 있다.
탑승구로 가기 전 노트에 이런저런 기록을 하기 위해 찾은 곳. 인천공항은 시설이 정말 좋다. 잠깐 눈 붙일 수 있는 수면실도 있었다.
청두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선 119번 게이트로 이동해야 한다.
저녁 시간이 되니 공항이 점점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나를 청두공항으로 데려다 줄 비행기. 멋지구만 껄껄껄.
청두공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119번 탑승구로 가니 대부분이 중국 사람들이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간간히 보인다.
한국에 오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쇼핑을 위해 방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짐이 한보따리다. 한국사람들도 저만큼 사긴 부담이 될텐데 중국에서 여기까지 와 저렇게 사가는걸보면 다들 엄청 잘 사나보다. 그런데 정작 입고 있는 옷들은 한국의 1990년대 후반 패션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는데 남녀 할 것 없이 패션은 한국보다 많이 뒤쳐져 있다. 특히 여자들의 화장기술이 한참 떨어진다. 그래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그렇게 중국을 공략하려고 애쓰는 중이겠지.
인상적인 문구.
사천항공은 한국어 안내 방송이 제공되지 않는다. 간간히 녹음해둔 안내 문구들을 틀어주던데 다들 그리도움이 되진 않는다.
뜬다 떠 ~~ 낄낄낄. 좋아서 혼자 실실 웃었다.
탑승 후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기내식이 나왔다.
밥을 기대했건만 빵 2개와 반찬, 간식, 사과쥬스 이렇게 제공된다. 맛은 공짜니까 먹는 맛이랄까. 슈퍼에서 파는 1000원짜리 빵 수준이다. 3시간 넘게 날아가야 하기에 와인한잔 달라고해서 원샷 때리고 잠을 청한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맛. 사천의 매운 맛과 독특한 소스로 볶은 땅콩이다. 맛은 괜찮은데 많이 기름지다. 다 먹고 난 봉지에 기름이 덕지덕지.
중국의 이름모를 도시 위를 날아간다. 기분이 묘하다.
인천에서 청두까지 총 3시간 40분정도 걸렸다. 입국심사는 아무런 물음도 없이 아주 쉽게 끝났다. 여권을 제시하니 비자랑 여권 확인하고 얼굴한번 쳐다보고 패스. 1분도 안 걸렸다. 다리행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공항 구석구석을 구경한다.
국제선 입국장을 빠져나오니 택시와 호텔이 필요하지 않나고 물으면서 접근하는 삐끼 아저씨들이 많다. 다리로 가기때문에 택시가 필요 없다고 했다. 비행기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죄다 나한테 중국말로 이야기한다. 다들 원래 그런건지 내가 중국인처럼 생겼는지 알 수 없다.
여행 중 가장 많이 한 말이 I don't speak chinese랑 워쓰 한궈런(나는 한국인입니다). 두 가지였다.
이른 새벽 국제선 출국장 모습이다. 청두 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인천공항에 비하면 크기 시설 둘다 훨씬 못하다. 그래도 인구가 워낙 많은 나라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다.
친한 형한테 배운 여행의 기술 중 하나.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편의점이나 공항처럼 정찰제로 물건을 판매하는 곳에서 대략적인 물가를 확인하는게 중요하다. 물,음료수,술,빵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의 가격을 눈대중으로 살펴보고 기억해두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럴텐데 공항이나 편의점은 일반 상점에 비해서 비싸다. 여기보다 가격을 높게 부르면 나한테 눈탱이를 칠려는게 아닌가 한번 의심해 봐야한다.
그리고 정찰제가 아닌 곳은 항상 가격을 먼저 물어보고 사는게 필수다. 기분 좋게 놀러왔는데 눈탱이 맞으면 짜증난다.
이른 아침부터 쉬지않고 돌아다녀 배가 고파 음식점을 찾는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장사를 하는 곳이 거의 없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오면 우측 끝에 버거 스타(Burger Star)라는 햄버거 가게가 있는데 그리로 들어갔다.
주문을 하는데 영어가 하나도 안 통한다. 사진으로 된 메뉴판이 있어 먹고 싶은 음식을 손으로 가리켜 주문했다.
햄버거,콜라,닭 2조각(다리와 날개 각각 1개씩)으로 구성된 치킨버거세트가 40위안. 우리돈으로 6800원 수준.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에 비하면 비싼듯하다. 버거는 평범했지만 마법가루를 친 건지 닭은 졸라 맛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 향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콜라는 얼음을 전혀 넣지 않고 컵에 가득 채워준다. 한국처럼 절반을 얼음으로 채우는 짓따윈 하지 않는다. 대륙답구먼 껄껄걸. 마음에 든다.
한시가 넘었는데 아직 운영하는걸 보니 아마도 24시간 인듯.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모든 메뉴가 다 되는 것 같진 않다. 주문할때 이런저런 설명을 하셨는데 주문이 가능한 음식을 알려준게 아닌가 싶다.
국제선을 타고 온 사람들은 청두공항의 1번 터미널에서 내리는데 다리로 가는 국내선은 2번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1번 터미널 2층 8번 게이트에서 2번 터미널로 가는 무료 서틀이 있다고 하여 가보니 새벽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 운행시간은 06:00-24:00이고 5분마다 운행한다. 2번 터미널까지 그리 멀지도 않고 길도 찾기 쉽게 되어 있으니 걷는다.
국제선 입국장을 빠져나온 바로 그 층에서 공항밖으로 나와 우측으로 걸으면 된다.
이른 새벽 한산한 거리의 모습. 이런 길이 2번 터미널까지 이어진다. 안전하고 깨끗한 거리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자라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다들 그렇게 다니더라.
보통 속도로 걸으면 15분이면 도착한다. 엄청나게 늘어서 있는 택시들. 다들 시동을 켜고 있어서 매캐한 냄새가 났다.
여기도 입국한 사람들과 삐끼들이 흥정을 하고 있었다.
청두공항 2번 터미널 구조.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 여기저기에 붉은색깔 글자가 보인다.
오렌지 쥬스 자판기로 보이는 기계. 아주 향긋한 오렌지 향이 났지만 작동법을 몰라 사 먹진 않았다.
아직은 한산한 국내선 출국장 모습. 다리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 이것저것 기록하고 영화 한편 봤다.
아침이 되니 공항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내가 타고 갈 다리 행 MU5860 비행기도 보인다.
1회 경유라고 다 같은 시스템이 아닌가보다. 청두공항 입국장에서 입국 수속을 하고 국내선 체크인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시스템이다. 다리행 비행기를 위해 발급 받은 탑승권.
체크인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인구도 많고 땅덩어리가 넓으니 많은 사람들이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한다.
앉을 자리 하나 찾기도 쉽지 않다. 나를 다리로 데려다 줄 비행기. 안개가 짙게 내려앉아 있다. 이것 때문에 결국 1시간 30분이나 지연되어 출발했다.
낮게 깔려있는 운남의 구름. 구름이 정말 멋지다.
청두 - 다리 비행시간은 1시간 10분정도고 거리는 680KM이다. 어찌된게 인천-청두 국제선 항공보다 청두-다리 국내선 항공의 영어 안내방송이 더 알아듣기 쉽다. 아무튼 재밌는 나라여.
저 아래 얼하이 호수가 보인다. 이제 곧 도착이다. 하하하하하하하
<경비>
집 - 모란역 : 버스비 1,200원
모란역 - 인천공항 리무진 : 11,000원
인천공항 음식점 소문 설렁탕 : 12,000원
인천공항 투썸 플레이스 라떼 : 4,600원
청두(성도) 공항 치킨버거 세트 : 40위안(6,800원)
합계 35,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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