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많이 돌아다닌 탓인지 맥주 한병 먹고 바로 잠들어 버렸다. 아침 9시가 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하늘이 정말 깨끗하다. 오늘은 구름도 그리 많지 않다.
내가 머무는 숙소는 고성의 서쪽 바깥에 있는데 항상 이용하는 익숙한 길로 가지 않고 골목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나아간다.
담벼락이 온통 대리석이다. 다리는 해발고도 2천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하여 햇볕이 강하고 길바닥,벽 등이 온통 대리석이라 빛을 잘 반사해서 해가 떠 있는 시간동안은 마을이 굉장히 환한 느낌이다.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들어간 동네 식당.
나를 제외하고 2팀이 식사 중이었다. 고성 바깥은 고성 안쪽에 있는 식당보다 가격이 평균적으로 저렴하다.
메뉴판 샷. 내가 주문한 만두. 12위안.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양념들. 간장과 고춧가루를 조합해 양념장을 만들었다.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가 들어있는 만두. 딱히 안 먹는 음식도 알러지를 일으키는 음식도 없어 뭔지 모르고 먹어도 게의치 않는다. 잘 주워먹는 식성은 여행할 때 특히 편리하다.
만두피가 두껍고 만두피에서 독특한 냄새가 난다. 만두피를 만들 때 특이한 양념간을 해서 만든걸로 보인다. 뭔가 물고기 냄새 같기도 하고...
만두소도 어떤건 많고 어떤건 적은 등 제각각이고 간도 싱거운것 적당한것 짠것 아주 난리다. 친구로 보이는 남자 2명이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상당히 유쾌한 녀석들이다. 지들끼리 서로 소리도 지르고 노래도 부르고 아주 신났다.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들리는 곳으로 보인다.
예전엔 한국에도 이런 트럭을 도로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이걸 여기서 보다니. 물론 군대에서는 아직도 비슷한 트럭을 사용하고 있다.
대리석이 얼마나 많이 나면 동네 길바닥을 대리석으로 깔았을까... 일반 도로에 비해 튼튼해 보인다
창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 마셔도 될만큼 물이 깨끗하다. 동네에 있던 물레방아. 쇳덩어리라 그런지 수량이 적어 돌아가진 않았다. 비가 많이오면 돌아가겠지?
아침식사로 먹은 만두가 조금 모자라 길가에 있는 식당에 들렀다.
고성 안쪽에 있는 식당들은 그나마 관광객을 많이 상대하기 때문에 사진으로 된 메뉴판이나 가격표를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는데 고성밖으로 나가면 그런 곳이 흔치 않다. 그래서 그림 메뉴판이 없는 곳은 잘 안가게 되는데 이곳은 그림 메뉴판에다 가격까지 적혀있어 아주 쉽게 주문할 수 있었다.
오른쪽 메뉴판을 가리키며 뭔가 열심히 설명하시던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그림으로 된 요리를 가리켜서 주문한다.
아침식사를 대충이나마 한 뒤라 많이 먹긴 힘들어 값싼 볶음밥을 하나 시켰다.
식당 내부 모습. 바깥에도 테이블이 있지만 햇살이 너무 강해 눈이 부셔 안쪽에 자리잡았다.
싱싱한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다. 주문을 하면 여기서 바로 꺼내 조리해 주신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요리들도 어느정도는 시간이 걸리는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문을 하면 그때부터 요리를 만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김밥천국처럼 빨리 음식이 나오진 않는다.
내가 주문한 볶음밥 15위안. 밥을 산더미같이 많이 주셨다. 이걸 어떻게 다 먹는다.
베이컨, 정체를 알 수 없는 채소를 밥과 함께 볶은 것인데 양은 드럽게 많지만 맛은 아주 평범하다. 그리고 중국음식답게 기름이 많다. 기름이 좔좔좔.
같이 주신 국물은 설렁탕맛이 나는것 같기도 하고, 민물고기를 우려낸 맛 같기도 하다. 정체를 알 순 없었지만 맛있다. 절인 채소는 많이 짜다.
한 5분을 쉬지 않고 젓가락질을 했는데 그제서야 성인 한 명이 먹을정도의 양으로 줄어들었다. 위장이 작은 사람은 2명이서 나눠 먹어도 될 정도로 양이 많다.
나약한 녀석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다 먹었다. 뿌듯하구만 낄낄. 채소절임은 조금 남김.
약 2시간에 걸쳐 고성밖을 탐험하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마치는 운남 커피 한잔. 14위안.
설탕과 우유를 전혀 넣지 않았는데 쓰지 않고 거품이 풍성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든다. 한국에 돌아갈 때 운남의 차와 커피를 사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가져갈 수 있는지 빨리 알아봐야겠다.
운남의 커피로 원기를 회복했으니 다시 고성 탐험에 나선다.
고성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돌아다녔다. 큰소리가 나길래 안을 들여다보니 어린 학생들이 뭔가 연습중이었다.
선전문구 느낌이 나는 글자들.
선생님의 호각 소리에 맞춰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린시절 생각이 난다.
운동장 바닥이 절반은 대리석이고 절반은 농구코트다. 혹시나 애들이 뛰어다니다 다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굳이 학교에도 대리석을 깔아야 하나.
동네 사람들도 몇몇 구경중이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진 않다.
제일 앞쪽에 다른 애들을 지휘하고 있는 여자애는 껌을 아주 맛깔나게 씹고 있다. 우리나라라면 선생님들이 뭐라고 했을텐데 바로 옆에 있는 나라지만 한국과 중국은 비슷한 점도 다른점도 참 많다.
약 10여분을 구경하고 다시 고성의 중심가로 향한다.
아주 튼튼해 보이는 돌다리 위에서 한 컷. 정말 튼튼해 보인다. 수백년은 거뜬히 견디겠지.
고성 여기저기서 위에 나온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관광객을 고성 주위로 이동시켜 주는 관람차다. 다리 고성은 그리 크지 않아 걸어서 여기저기 이동할 수 있는터라 나는 굳이 알아보질 않았다.
창산에 걸린 운남의 구름. 한국으로 돌아가면 무엇보다 이 구름이 제일 많이 생각날 것이다.
공사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리조트. 위치도 괜찮은데다 시설이 굉장히 좋아 운영을 시작하면 돈 많은 관광객들이 제법 몰릴 것이다. 엄청나게 비싸겠지.
운남 바이족(백족) 양식에 따라 지은걸로 보이는 단층 아파트. 온통 흰색이다.
오후가 되면 고성 여기저기서 단체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아직 한국인 단체 관광객은 보지 못했다. 친구들끼리 오는 경우는 있겠지만 여행사에서 많은 사람을 모집해서 올 만큼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장소는 아닌가보다.
운남 커피를 팔던 곳. 집에 가기전에 잔뜩 사러 와야지.
현지인 맛집.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 사는 중국인들은 다르겠지만 생활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곳은 값싸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이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았다.
싱싱한 생물을 가게 앞에 전시해 놓고 파는 곳들은 맛은 있겠지만 값이 비싸서인지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것 같진 않았다. 그런곳에서 식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의 다른 곳에서 온 관광객들로 보였다.
반면에 이곳은 몇 개의 음식을 반 정도는 조리해 놓은 상태로 팔고 있었다. 맛은 비싼곳보다 못하겠지만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다.
태희네 한국김밥. 여기까지와서 한국음식을 먹고 싶진 않아 들어가진 않았다. 한국에서 파는 김밥과 맛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긴 했음.
잔치를 했는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
한국인 식당이 있다. 지난번에 봤을 땐 파리만 날리더니 오늘은 사람들이 제법 있네.
교복입은 학생들. 오후 저녁식사 시간쯤되면 많은 학생들이 보인다.
인민로에 위치한 디저트 가기에 들렀다. 두리안. 냄새는 지독한데 맛이 좋아 유명한 과일이다. 아직 먹어보질 않았는데 과일 그대로가 아니라 디저트로 맛보기로 한다.
맛있게 만들어 주세요.
두리안은 35위안. 망고는 28위안. 손이 많이 가는 디저트인지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식사보다 비싸다.
냄새를 맡아보니 역시... 많이 지독하진 않은데 특유의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정확하진 않지만 과일을 얇게 썰고 중간에 생크림을 넣은 듯 하다. 아님말고.
한두숟가락 먹어보니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그리고 생크림 때문인지 두리안 맛은 별로 나지 않는다. 절반을 먹으니 생크림의 느끼함 때문에 도저히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아깝지만 눈물을 머금고 쓰레기통에 버린다. 다음번엔 두리안 과일을 먹어봐야겠다.
고성 이곳저곳을 딱히 목적지없이 돌아다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 다시 푸트코트로 왔다. 오늘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봐야겠다.
따리 고성에서 가장 큰 푸드코트 영상을 담았다. 대략 이런 음식들을 판다.
갖가지 식재료를 진열해 놓고 손님은 원하는만큼 소쿠리에 담는다. 이를 주인에게 내밀면 무게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스템이다.
왼쪽에 보이는건 닭똥집인데 이건 무게당 가격이 다른지 따로 담으라고 했다. 닭똥집, 선지, 유부, 두부, 청경채, 숙주나물, 이름 모를 풀, 천엽, 넓다란 면 이렇게 담았다.
가격은 21위안. 즉석에서 조리해주는거라 비쌀거라 생각했는데 상당히 저렴하다.
양고기가 먹고 싶어 양꼬치 2개를 추가로 주문한다. 2개 10위안
어제 먹은 양꼬치보다 작다. 그래서인지 가격도 저렴.
완성된 요리. 시뻘건 양념과 채소를 고명으로 추가해 준다. 기름이 둥둥 떠 있다. 국물을 떠 먹으라고 숟가락을 주던데 향이 너무 강하고 짜 건더기만 건져 먹었다.
주문한 재료들 외에 양념으로 말린 고추, 고수, 월계수잎, 통후추가 마구 들어가 있다.
갖가지 건더기들을 맛나게 먹는다. 유부가 제일 맛있었다.
국물은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굉장히 짜고 고수향이 강하게 난다. 고수를 좋아하는터라 관계없지만 간이 너무 쎄서 먹는데 조금 힘들었다. 중국 사람들은 이런 스타일의 요리를 주문할 때 굉장히 많은 채소를 넣어 먹던데 이게 강한 향을 중화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제철 과일을 전시해두고 원하는걸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주스를 만들어준다. 나는 멍청하게도 오렌지 주스를 시킴. 가격은 20위안
오렌지는 운남에서 나는 과일이 아닌지 아니면 제철이 아닌지 신선하단 느낌이 없다.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제철과일을 시도해봐야겠다. 과일외에는 아~무것도 안 넣는지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매일 향이 강한 음식을 먹다보니 이런걸로 중화시켜야 한다.
푸드코트를 나서 숙소로 돌아간다. 일찍 들어가 하루를 정리하고 책도 읽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야지.
다리의 달. 실제로보면 훨씬 아름답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다보니 평소 한국에서의 리듬과 달라 새벽에 종종깬다. 그럴때면 책을 읽곤 하는데 배가 더럽게 고팠다.
자정이 넘어가면 숙소에서 나오기도 마땅치 않고 가까운 곳에 간식거리도 없어 빵을 사 가기로 한다.
푸드코트 옆에 있는 조이 베이커리. 고성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이곳만큼 장사 잘 되는 빵집은 없었다. 가히 다리의 성심당이라 할만하다. 물론 대전 성심담만큼 크지도 많은 빵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다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장미빵. 맛은 별로...
우리돈으로 싼 건 500원 비싼게 2천원정도로 가격이 싸다. 물론 한국물가에 비해서 싸다는 이야기고 이 동네 사람들은 더 값싼 로컬 빵집으로 갈 것이다.
내가 산 빵들. 총 20.5위안.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모카빵, 곰보빵, 장미빵. 오른쪽에 보이는 종이에 개별 포장해준다.
숙소에 도착해 라오스의 국민 맥주 비어 라오 큰 것 하나 사들고 방구석으로 들어가 가지고 온 소설책을 읽었다. 맥주 때문에 자꾸 트럼이 나오는데 중국냄새가 난다. 점점 중국인이 되어 가고 있다.
새벽에 어김없이 잠에서 깼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맛있는 냄새가 나던 곰보빵을 먹었다.
한국의 곰보빵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곰보빵만큼 겉이 딱딱하지 않다. '바삭하다'가 더 어울린다. 안은 아주 촉촉하고 부드럽다. 차갑게 식었는데도 겁나 맛있다. 속은 단맛을 내는 내용물이 들어가 있는데 적당한 단맛을 낸다. 이것도 처음 먹어보는 맛.
이건 다른날에 먹은 모카빵. 구입할땐 모카빵인줄 모르고 샀다. 많은 사람들이 사더라. 바삭한 겉 부분에 모카향이 난다. 속은 보들보들. 이것도 대만족이다. 조이 베이커리에서 다른 빵도 사 먹어야겠다. 장미빵은 내 입맛에 안 맞다. 하나는 맛보기 위해 어떻게 다 먹었는데 나머지는 버렸다.
293 Fu Xing Lu, Dali Shi, Dali Baizuzizhizhou, Yunnan Sheng, 중국 671003
다리에서 맞는 두번째날이 이렇게 끝난다.
<경비>
아침 간식 12위안
아침 식사 15위안
숙소 커피 14위안
숙소 샌드위치 19위안
두리안 생크림 케익 35위안
푸드코트 저녁 31위안
푸드코트 오렌지 주스 20위안
조이 베이커리 빵 3개 20.5위안
숙소 비어라오(큰것) 20위안
합계 186.5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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