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산이나 강에 큰 관심이 없다. 집 주변에 딱히 할게 없어 산,들,강으로 뛰어다니며 놀았는데 이제와서 산이나 강을 찾아 다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 다리에 오면 다들 한다는 창산트레킹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 멀리까지와서 숙소에서 책만 읽고 있자니 뭐하는건가 싶어 창산 구경에 나서기로 한다. 다양한 코스가 있는데 3-4시간정도면 끝낼 수 있는 짧은 길을 선택했다.
위에서부터 1.하이킹 2.말타기 3.ZhongHe 케이블 의자 4.Gantong 케이블카 5.Xi Ma Tan 케이블카
내가 갔을 땐 4번 케이블카를 운행하지 않았다. 일시적인건지 아니면 점검이나 고장 수리등으로 장기간 운행을 멈춘건지 알 수 없지만 3번 케이블 의자를 타러 갔을 때 그쪽 직원이 알려줬다.
창산 트레킹을 떠나기전 숙소에 있는 직원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구했는데 그때 케이블카 운행 중단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었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걸로봐선 일시적인 운행 중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혹시 모르니 4번 케이블카를 이용하려거든 꼭 출발전 운행 여부를 확인해보길 당부한다.
트레킹 코스를 고민하면서 읽은 카잔차키스의 책속에 있는 인상적인 문구. 그리스인 조르바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오늘 주문한 American Breakfast. 가격은 35위안. 음료가 포함된 가격으로 과일쥬스,우유,커피,차 중 선택할 수 있다.
시럽과 같이 제공되는 프렌치 토스트, 베이컨, 스크럽블 에그, 해쉬 브라운,과일 디저트(바나나와 수박) 그리고 음료가 나온다.
혹시 트레킹이 길어지지 않을까 싶어 샌드위치도 하나 포장해 달라고 했다. 소고기, 체다 치즈, 버섯을 바게트 빵에 넣은 것. 32위안. 따끈따끈 할때 먹어야 맛있는데....
향기로운 냄새때문에 식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먹어치우고 싶은걸 겨우 참았다.
오늘 올라갈 구름길(Cloud Pass)은 해발 2600-2700미터 사이에 위치하는 길이다. 혹시모를 추위에 대비하기위해 여러겹 껴 입을 수 있는 옷들을 많이 챙겼다. 장갑과 마스크까지 가져감.
숙소에서 큰 도로로 나와 왼쪽으로 들어서 걷기 시작한다. 어느정도 걷다보면 저런 커다란 문이 보이는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이 도로가 관음로(观音 ; Guanyin Rd)이다. 이때부터는 창산이 보이는 쪽으로 계속 걷는다.
사람들이 야외 식당 곳곳에 않아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도로의 오른쪽에 저렇게 생긴 커다란 호텔을 지나고...
도로의 끝에 다다르면
Xi Ma Tan 케이블카 방향의 왼쪽과 ZhongHe 케이블 의자 방향의 오른쪽 중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서 이동하면 된다. 나는 ZhongHe 케이블 의자 방향으로 향한다.
도로가 끝나는 창산의 산자락에 만들고 있던 부촌. 다리 곳곳에는 이런 건설 현장을 볼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보인다.
저 길이 케이블 의자로 통하는 길이다. 온 동네가 공사판이라 길 찾는데 조금 헤매었다.
1 제곱미터당 8000위안. 1평이 3.3제곱미터고 1위안을 170원으로 가정하고 계산하니 평당 450만원에 이른다. 이런 외진곳에 집을 20-30평정도로 작게 지을리는 없고 못해도 50-60평은 될텐데 대략 2억원이 넘는다. 시골마을에 2억원이 넘는 집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증이 일어난다.
숙소를 벗어난지 30분이 넘어서야 겨우 제대로된 길로 들어섰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지치는구만. ..
매표소. 케이블 의자 편도는 30위안 왕복은 60위안이다. 그리고 케이블 의자와 별도로 지불해야하는 창산 입장권이 40위안.
그리고 주의할 것이 있는데 창산의 케이블카와 케이블의자는 별개의 회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왕복 요금을 치르고 이쪽 케이블 의자로 올라가서 다른쪽 케이블카로 내려올 수는 없다. 왕복요금을 지불했으면 시작한 곳으로 돌아오는 케이블의자(혹은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을뿐이다.
전체 지도.
위에껀 창산 입장료이고 아래껀 케이블 의자(편도 )표이다.
창산 입장권 뒤에 그려진 트레킹 코스다.
매표소를 지나 쭉 올라가면 이런 대문이 나오고
국가에서 지정한 공원이란 안내가 나온다.
아직 날씨가 쌀쌀한 아침이라 그런지 그리 많은 사람이 있진 않다.
케이블 의자를 타고 올라가는 곳.
15명 내외 정도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여태까지만해도 통을 타고 올라가는 케이블카인줄 알았건만 케이블 의자다.
장갑이랑 마스크까지 챙겨왔으니 차라리 잘됐다 싶다. 멋진 창산을 맨눈으로 구경할 수 있으니 오히려 케이블카보다 낫다.이런 기둥이 17번까지 이어진다.
이것보다 더 높은 구간은 거의 없다. 최대 높이는 대략 40-50미터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의도적인건지 아니면 차츰 기울어지기 시작해 버팀목을 대어놓은건지 확실치 않으나 케이블 의자를 지탱하는 기둥 몇몇이 저렇게 기울어져 있었다.
갑자기 Made in China 품질이 어땠더라?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무섭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는데 기울어진 기둥을 보니 얼마나 더 가야하나란 생각이 든다.
출발한지 15-20분정도만에 도착. 다리고성보다 고도도 높고 주위를 가려주는 건물도 없어 바람이 많이 부니 옷을 따뜻하게 입고가야 한다.
도착하는 곳에 딱 버티고 있던 매점. 트레킹 길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볼 수 있는데 아마 이 매점 탓인듯 하다.
굵은 와이어를 돌리던 기계.
문이 없는 화장실을 처음 본 순간. 저 앞이 아재가 볼일을 보는 곳은 소변이 아니라 대변을 보는 곳이다. 보시다시피 문이 없다.
이렇게 높은 산에 절이 있다. 어떻게 이 많은 건물 재료들을 옮겼을까 신기하다.
재물,재화를 뜻하는 한자와 복,행운을 뜻하는 한자.
절만 있는게 아니라 식당도 있다. 여기 도착한게 대략 11시경인데 이때쯤 장사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얼하이 호수. 이만큼이나 올라왔는데도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호수의 전체를 보려면 Xi Ma Tan 케이블카를 타고 끝까지 올라가야 겨우 보이지 않을까 싶다. 얼하이 호수는 그만큼이나 크다.
식당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구름길(Cloud Pass)로 올라간다.
창산 곳곳에 경찰 초소를 볼 수 있다. 공원 관리인이면 족할것을 저렇게 경찰을 배치해두고 있었다.
나는 3번 포인트까지 가기로 하고 걷기 시작한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던 아기 염소. 졸라 귀엽다. 메에~~ 하고 불러보지만 풀 뜯어 먹기 바쁘다.
이런길이 계속 이어진다. 다니기 정말 편하다. 공원 관리인들은 이 길을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청소와 낙엽 정리등을 하고 있었다.
창산 케이블 의자(혹은 케이블카)가 별도의 주체에 의해 운영된다는 안내문구. 나도 여기서 처음 알았다.
햇살이 점점 따스해진다.
간간히 이런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길 곳곳에 이런 간판을 볼 수 있다. 돌이 떨어지니 얼른 지나가라는 표시
창산의 맑은 물이 곳곳에서 흘러 내려온다.
도화니 현정이 잘 지내냐? 침을 칵 뱉어버리려다 참았다. 쪽팔린줄 알어라. 당사자들이 지금 이걸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을테지...
2시간이 걸릴거라는 표지판과 달리 50분만에 다음 포인트에 도착했다. 처음엔 이 길이 내려가는 길인지 모르고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뒤늦게야 이 길이 내가 처음 생각했던 하산길이란 걸 알았다. 숙소인 제이듀 에뮤를 출발해 총 4시간 안에 도착하는 코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리로 곧장 내려가면 된다.
아래로 내려가는 트레킹 길.
전체 안내 지도가 설치되어 있다.
윗쪽으로 올라가면 불사조 동굴이 있다는데 여긴 애당초 관심이 없었던 길이라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산길을 놓쳐버린 줄 모르고 앞으로 신나게 걸어갔다.
하산길에서 5분만 걸으면 도달하는 곳.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아래는 어머어마한 낭떠러지.
위로는 혹시 떨어질지 모를 바위를 조심해야 하고 아래로는 낭떠러지를 주의해야 한다. 오싹하다.
저~ 아래 보이는 바닥까진 백미터도 넘어보인다.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있지만 지도에도 없는 길이다. 공원 관리인들이 이동한 길로 보인다. 함부로 내려갔다간 영영 길을 못 찾을 수도 있다. 한국의 유명한 산처럼 사람이 많지 않아 자칫 길을 잃었다간 끝장이다.
한참을 가고 있으니 길이 이상하단 생각이 든다. 숙소에서 찍어뒀던 지도와 아까 세갈래 길에서 찍은 안내지도를 한참 비교하고 있자니 길을 잘 못 들었단 판단히 든다. 일행이 있다면 당초 계획했던 길이 아니라도 방향을 변경하고 앞으로 가보겠지만 처음 온 산인데다 혼자라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왔던 길을 돌아간다.
아까 지나가면서 봐둔 정자에 도착해 포장해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운다.
가방에 구겨넣었더니 찌그러져 모양이 병신같이 변했다. 그래도 맛있음. 케케케.
동춘아 영례야 지금 어딨니? 이런 쪽팔린 짓거릴 한걸 기억하고 있으려나...
정자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으니 4명으로 이루어진 중국인 일행이 온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나한테 길을 물어봄.
워 스 한궈런(저 한국인입니다.)이라고 한 마디 한다. 그랬더니 먹고 있던 고기며 귤을 계속 권한다. 샌드위치를 한 손에 들고 고기도 집어먹고 귤도 얻어 먹었다. 셰셰(고맙습니다.)를 연발하고 길을 재촉한다.
구름길 곳곳에 비치되어 있던 쓰레기통. 관리인들이 돌아다니며 쓰레기도 치우고, 낙엽도 정리하고, 튀어나온 나무도 잘라내고 있었다.
아까 지나왔던 낭떠러지 길. 멀리서 보니 더 아찔하다. 저길 다시 지나가야 되는구만..
이번 창산 트레킹 중 가장 멋진 광경을 본 곳. 내가 여길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어 다시 한번 사진을 남긴다.
장장 두 시간을 헤매다 다시 돌아온 하산길. 이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된다.
하산을 시작하고 40분 정도면 도달하는 민가.
차 밭으로 보이는 곳. 우리나라 녹차와 달리 나무가 크다.
케이블카나 케이블의자가 아니라 순전히 걸어서 올라가고 싶다면 여기서 트레킹을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오르는 길이 전부 계단이고 올라가는 동안 딱히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없어 추천하지 않는다.
하산 시작한지 50분정도 되니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창산은 말을 타고 오를수도 있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 곳곳에 보이던 말.
한국의 여느 국립공원 못지 않게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최근에 지은것인지 여기저기 마무리 공사를 하는 곳도 보인다.
창산의 구름
내려오는 길 곳곳이 공사중이었는데 바닥을 까 뒤집다보면 저런 어마어마한 대리석이 여기저기서 나오나보다. 크기가 엄청나다.
입구에 있던 말. 힘들면서도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제발 날 선택하지 마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선택했던 케이블 의자쪽 방향이 아니라 처음부터 Xi Ma Tan 케이블카쪽 코스를 선택했다면 지나치게 될 길. 햇볕을 반사하는 대리석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대규모 주택단지로 보이는 곳. 공사가 한창이었다. 8시가 조금 넘어 숙소를 나서 2시반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중간에 길을 잃어 2시간정도 허비한걸 제외하면 4시간 반정도 걸린 셈. 길을 전혀 헤매지 않고 한번에 딱 찾아가면 대략 4시간정도 걸릴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뜨끈한 물에 샤워하고 기력을 충전한 후 고성으로 향한다.
저녁에 숙소에서 바베큐 파티가 있어 저녁을 따로 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때까지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 싶어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던 요거트를 또 사 먹었다.
이번에 먹은 건 블루베리. 가격은 15위안. 한국에서 먹던 요거트와 맛이 다른것 같다. 아님말고.
왼쪽부터 딸기,망고,장미,블루베리 그리고 오리지널 요거트
해가 뉘엿뉘엿 지려 하고 있다. 한국으로 가지고 갈 커피를 사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향한다.
운남커피 합계 98.2위안
내가 머문 제이드 에뮤 숙소에서는 매주 목요일 저녁 6시반에 바베큐 파티를 한다. 뷔페식이고 원하면 몇 번이고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음식 종류도 상당히 다양한데 고기는 소세지,닭날개,돼지고기가 제공되고 볶음밥,샐러드,감자 등등 10가지가 넘는 음식이 구비되어 있다.
1인당 68위안으로 일반적인 한끼 식사보단 훨씬 비싸지만 가격에 비해 상당히 많은 종류의 음식을 아주 맛있게 즐길 수 있어 대만족이었다. 나는 2번 가득 담아서 먹었다.
제이드 에뮤 숙소에 묵지 않더라도 돈만내면 이용할 수 있으니 다리를 방문하면 꼭 가보길 권한다. 외국친구들도 사귈 수 있고 포켓볼 게임도 참가비를 내고 같이 할 수 있다.
다들 열심히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 참가한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다같이 신나게 즐겼다.
<경비>
숙소 아침식사 American Breakfast : 35위안
숙소 샌드위치 포장 : 32위안
숙소 물 : 4위안
창산 입장권 : 40위안
창산 케이블 의자 편도 : 30위안
숙소 커피 : 14위안
블루베리 요거트 : 15위안
슈퍼마켓 커피 : 98.7위안
숙소 바베큐 : 68위안
비어 라오 : 20위안
다리 맥주 : 12위안
합계 : 368.7위안